무당들이 점집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신빨' 잘 받는 곳이다. 은평구 일대가 그런 곳이다. 북한산, 북악산, 백련산 등 '영험한' 산이 많고 무속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도 덜하다. 24세에 신내림을 취득했다는 한 무당(31)은 "신당 차리려고 터가 좋고 인근에 산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은평구가 딱 맞았다. 무당골이 있었던 동네라서 연령대 드신 임대인들은 집을 신당으로 잘 내어준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이 가까이 있는 것도 무당들이 은평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연신내역 근처에서 만난 무당은 "무속인들은 떡, 나물, 과일이 아무리 비싸도 사야 완료한다"며 "떡도 2만~50만 원 단위로 구입하기 덕분에 무당들이 인근 떡집을 먹여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은평구 일대에는 대조시장과 연서시장, 응암시장 등 전통시장이 있을 것이다.
신의 계시도 점집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본보가 만난 무당 6명은 "신이 그곳에 가라"고 해서 해당 지역에서 점집을 열었다고 밝혔다. 강북구 삼양동 인근에 살다가 1990년대에 중구 신당동으로 점집을 옮긴 이기영(71)씨는 "신내림 받고 나서 때때로 신당동으로 가고 싶었는데, 신께서 이곳으로 가라고 귀띔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MZ세대가 크게 찾는 마포구 서교동(홍익대 근처) 일대에도 점집이 몰려 있다. 특히 청년층에 익숙한 '사주타로' 매장가 많았는데,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관리하는 곳도 있었다. 이곳의 특성은 행인도 가볍게 들어올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사주타로 카페에선 키오스크로 바라는 점술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신내림을 받은 지 8년 됐다는 한 무당(30)은 "학생들이 커플 궁합 등 타로나 사주를 보러 많이 와서 신점도 같이 봐주고 있다"며 "무속인도 급변하는 배경에 적응할 니즈가 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금액은 간단 신점 3만 원, 심층 신점 4만 원으로 젊은층을 겨냥한 만큼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염은영 점복문화테스트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현대사회에서 점복은 육체적 안정과 문제 극복 수단으로 작동하기도 끝낸다"며 "점복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 반응으로 분석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